SMR은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차세대 에너지 공급원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상용화를 위한 연구 및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떠한 이유로 여러 나라들이 SMR 시장에 진출을 하고 있는지, SMR의 주요 특징 및 장단점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SMR이란?
SMR은 Small Modular Reactor의 약자로 소형 모듈 원자(또는 원자로)를 의미합니다. 마치 모니터와 데스크탑을 한데 합친 일체형 컴퓨터와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자력 발전의 주요 기능을 담당하는 원자로,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을 소형화하여 작은 캡슐 형태의 용기에 구현한 일종의 일체형 원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MR의 전기출력은 300MWe 이하급으로 IAEA(국제원자력기구) 기준 소형 원자로에 속합니다. IAEA는 300MWe 이하급은 소형, 300~700MWe 급은 중형, 1000MWe 이상급은 대형 원자로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SMR 종류
SMR은 원자로 및 냉각재의 종류에 따라 아래의 4가지 형태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1. PWR(Pressurized Water Reactor – 가압수형 원자로)
미국의 상업용 원자로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는 가장 보편화된 원자로 종류입니다. 냉각재와 감속재로 물을 사용합니다.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며 원자로 노심의 핵분열로 발생한 열을 이용하여 증기 터빈을 구동시켜 전기를 생산합니다. 원자로 타입 중에서 가장 보편화된 형태로 기능과 안전성 면에서 입증된 자료 또는 사례가 많아 각종 정부 승인 절차에 있어 유리한 장점이 있습니다.
2. BWR(Boiled Water Reactor – 비등수형 원자로)
PWR에 이어 미국에서 2번째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원자로 타입입니다. PWR과 같이 저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하며 냉각재 및 감속재로는 경수를 사용합니다. PWR과 다르게 원자로 내에서 냉각재를 가열하여 발생한 증기로 직접 터빈을 구동 시키는 방식으로 별도의 증기발생기가 필요없는 장점이 있지만 격납로 외부의 터빈이 방사선에 노출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3. HTGR(High Temperature Gas-cooled Reactor – 고온가스냉각형 원자로
헬륨 가스를 냉각재로 사용하며 흑연이나 세라믹 재료를 혼합한 농축 우라늄 또는 토륨(Th)을 연료로 사용합니다. 경수로 보다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며 수동 냉각이 가능하여 안전성 면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1000℃ 수준의 높은 열을 생산하고 열효율이 높아 산업용 또는 지역 난방용 발전에 적합한 타입입니다.
4. MSR(Molten Salt Reactor – 용융염 원자로)
우라늄이나 토륨을 포함하는 불소염의 액체 연료 혼합물(용융염)을 연료와 냉각재로 동시에 사용합니다. HTGR과 같이 생산 온도와 열효율이 높고 원자로 내 압력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안전성 면에서 뛰어난 장점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친환경 선박의 에너지 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많은 연구와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SMR 시장 전망
영국 국립원자력 연구소에 따르면 SMR의 시장 규모는 오는 2035년 4800억 달러(약 620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또한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보고서를 통해 2035년 글로벌 SMR 전력 생산량은 최대 85GW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중국이 약 15GW,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가 약 10GW를 차지하여 이들 세 나라에 SMR 생산 시설이 집중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최근 SMR 시장 진출을 위해 정부 차원의 사업 계획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간 업체와 협혁으로 약 40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올해 참여 민가 업체는 총 14곳이며 내년부터는 20여 곳으로 참여 기업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정부는 경주에 SMR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연내 해당 지역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입니다.
SMR 장단점
SMR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SMR 장점
1. 안전성
SMR은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 없이 중력과 대류 현상과 같은 자연 순환 작용에 따라 구동되므로 안전성이 비교적 우수합니다. SMR은 비상시 외부로부터 추가적인 냉각수를 공급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피동형 안전 설계가 적용되며 원전 자체의 사이즈가 작아 자연 냉각에 있어서도 기존 대형 원자로 시설보다 유리한 장점이 있습니다.
2. 비용
SMR은 시설의 사이즈가 작고 주요 기기들은 공장에서 사전에 제작되어 단순화된 프로세스에 따라 현장에 배치되기 때문에 건설 기간이 대폭 줄어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3. 위치의 다양성
대부분의 기존 원자력 발전소가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주로 해안 인근에 지어지고 있는 반면 SMR은 자연순환 또는 공기 등을 이용한 수동 냉각 방식이 적용되기 때문에 해안 지역 뿐만 아니라 내륙에도 건설이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이는 전력 수요와의 전송 거리를 단축하는 효과도 있어 전력 전송 중 발생하는 손실률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4. 폐기물
SMR은 크기가 작고 작동 주기가 짧기 때문에 기존의 대형 원전 시설과 비교하여 폐기물의 양이 적습니다.
SMR 단점
1. 낮은 전기 생산성
SMR은 초기 시설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이 낮은 장점이 있지만 단위 당 전기 생산 비용이 기존 대형 원전 대비 높을 수 있습니다.
2. 제도적 장치 부족
SMR은 기존의 원전 시설과 다른 형태의 설계를 거치는 만큼 기존 원전 시설에 적용되는 안전 표준 및 승인 기준을 적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며 실제 상용화 승인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3. 대체 에너지원으로 전락 가능성
현재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국가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태양광, 풍력 등의 친환경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찬환경 에너지 생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생산량이 낮은 수준이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들 친환경 에너지가 비용적인 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경우, SMR은 신재생 에너지 보다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4. 경험적 데이터의 부족
SMR은 여전히 개발 단계를 거치고 있는 만큼 설계, 건설, 안전성 등 각 단계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원자력 발전에 적용된 사례를 활용하여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존의 데이터로는 SMR의 중장기적 비용, 성능, 안전성 등을 예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며 이러한 불확실성은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 소모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SMR 주요 기업
현재 SMR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몇몇 주요 기업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뉴스케일(NuScale Power) – 미국의 뉴스케일은 SMR 분야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0년 8월 미국 원자력 규제 위원회(US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로부터 최초로 SMR 설계 인증을 받았습니다. 자체 개발한 NuScale Power Module은 확장이 가능한 모듈식 구성으로 설계된 가압수형 원자로로 가장 작은 모델의 경우 높이 76피트(약 23미터), 직경 15피트(약 4.5미터)의 사이즈를 가지고 있으며 전기 출력은 77MWe입니다.
2. 롤스로이스(Rolls-Royce) – 영국에 본사를 두고있는 엔지니어링 전문 기업으로 자도차 브랜드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롤스로이스는 SMR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비용, 저탄소 에너지 솔루션을 제시하는 ‘UK SMR’의 설계를 맡고 있으며 2030년경 영국 최초의 상용 SMR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3.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Electric Company) – 미국의 대표적인 원전 기업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을 제치고 폴란드 원전 1단계 사업을 수주한 바 있습니다. 주요 제품으로는 일반 원전 모델 AP1000이 있으며 SMR 모델로 AP300과 이동식 SMR 모델 eVinci 등이 있습니다. eVinci의 경우 원격 거리에 위치한 소비자에게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신속한 이동 및 설치가 가능하고 원자로 노심은 추가적인 연료 공급 없이 3년 이상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4. 중국 원자력 공사(CNNC) – 중국은 SMR을 비롯한 원전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AP100으로도 불리는 SMR 모델 ‘Linglong One’은 독자적 지적 재산권을 보유한 CNNC가 개발한 다목적 가압수형 원자로이며 IAEA의 안전성 심사를 통과한 세계 최초의 3세대 SMR로 알려져 있습니다.
5. 로사톰(Rosatom) – 로사톰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입니다. 현재 해양 추진 및 부유식 발전용 SMR ‘RITM-200’과 육상용 모델 ‘AKR-100’ 등 다양한 SMR 모델의 개발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위에 언급된 이들 기업 외에도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의 테라파워(Terra Power)와 미국의 민간 원전 기업 엑스에너지(X-energy) 등이 SMR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으로는 두산, 현대, SK 등이 뉴스케일 등 주요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강화해가며 미국 및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습니다.